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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에세이

“치료법이 없습니다”
라는 말을 하기 싫어서

10년간 망막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이끌었습니다. 진료실에서 더 이상 그 말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송원경 대표원장
송원경대표원장 · 망막 전문의
원장의 연구·학회 이력이 적힌 원내 벽
망막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 한계 앞에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하기 가장 어려운 말은 “암입니다”가 아닙니다. “지금은 치료법이 없습니다”입니다.

망막은 눈 속에 얇게 펼쳐진 신경조직입니다.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문제는 이 조직이 한 번 망가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뼈는 붙고 피부는 아물지만, 죽은 망막세포는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특히 위축성(건성) 황반변성이 그렇습니다. 눈 한가운데의 세포가 서서히 사라지는 병인데, 오랫동안 마땅한 치료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진단을 내리는 자리에 여러 번 앉아 있었습니다.

그 말을 하기 싫어서,
연구실로 갔습니다.

망가진 망막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저는 망막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의 책임연구자로 일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단순했습니다. 죽은 망막세포를 새 세포로 바꿔 넣을 수 있다면?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색소상피세포로 분화시켜, 그 세포를 환자의 눈 속에 이식하는 연구였습니다. 10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임상 성공 사례를 만들었고, 연구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Cell에 실렸습니다.

YTN 사이언스 「사이언스 투데이」 - 황반변성 줄기세포 치료 연구 현황을 설명한 인터뷰. 영상 저작권은 방송사에 있으며 인터뷰 부분만 발췌했습니다.

세포를 만드는 일과, 그 세포를 ‘심는’ 일

연구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벽을 만납니다. 치료할 세포를 만들어도, 그것을 눈 속 정확한 자리에 안전하게 놓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눈은 좁고, 망막은 종이보다 얇습니다.

그래서 두 갈래로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특허로 남은 두 가지 연구
  • ① 무너진 눈 속 혈관을 다시 세우는 기술
    망막 질환의 상당수는 ‘혈관이 새거나 막히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줄기세포로 혈관을 감싸 지탱하는 세포(혈관주위 전구세포)를 만들어내는 방법 - 혈관 자체를 튼튼하게 만들려는 접근입니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유래 혈관주위 전구세포의 제조방법 및 세포치료 조성물 · 공동 발명자
  • ② 치료 세포를 정확한 자리에 심는 기술
    몸속에서 모양이 변하는 아주 작은 그물(스캐폴드)에 세포나 약물을 실어, 원하는 위치까지 옮기는 방법입니다. 치료의 ‘운반 수단’을 만드는 연구였습니다. 형상변형이 가능한 스캐폴드 및 그 제조방법 · 공동 발명자

2019년 1월 17일

기억에 남는 날짜가 있습니다. 황반변성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 환자의 수술에 참여한 날입니다. 유전자를 이용해 망막 질환을 치료하는 시도는, 당시 세계적으로도 소수의 의료진만 경험한 영역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망막 신약 1상 임상시험 10건의 책임교수를 맡았습니다. 1상은 새로운 약이 사람에게 처음 쓰이는 단계입니다. 효과보다 안전성을 먼저 확인하는, 가장 조심스러운 자리입니다.

연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장하지 않습니다.

진료실로 돌아와서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곧 줄기세포로 망막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10년을 들여다본 사람일수록, 그 치료가 아직 모든 환자에게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압니다.

다만 이 경험이 진료를 바꿉니다.

  • ✓새로운 치료의 실체를 아는 상태로 설명해 드립니다. 어디까지 왔고 어디부터 아직인지, 임상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범위 안에서 말씀드립니다.
  • ✓지금 지킬 수 있는 것을 먼저 지킵니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진행 억제에 더 집요합니다.
  • ✓과장된 치료를 권하지 않습니다. 근거의 무게를 재는 훈련을 오래 받은 사람은, 근거 없는 기대를 팔지 않습니다.

망막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아직 되살리는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남은 망막을 지키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 일을 하려고 진료실에 있습니다.

- 송원경

* 연구·특허 관련 근거 자료는 병원에 보관되어 있으며, 요청 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특정 치료의 효과를 보증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눈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글로 판단하지 마시고, 한 번 정확히 확인해 보세요.